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읽고 느낀점이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그 때만 해도 내 꿈은 막연히 '의사'였는데 같은 꿈을 갖고 있던 친구가 '의사일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더라.' 라며 이야기 하나하나 나누며 쉬는 시간에도 짬짬이 읽기 좋을거라며 추천해준 책이었다. 

이 책은 안동 시골 마을 의사가 의사생활을 해오며 겪어온 이야기들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의학적 용어가 많이 나오고 수술장면이나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는데 있어 불필요할 정도로 설명이 자세한 면이 있어서 일종의 투병일지 같은 느낌도 없지않아 있었다. 꿈이 '국어선생님'으로 바뀐 지금 다른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에 대해 글을 쓰라고 할때 내가 이 소설을 떠올린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책의 저자인 의사 한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책에서 소개된 소외받는 사람들, 우리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병에 걸려 아파하는 사람들, 병원비가 없어 과로를 하면 병이 악화되는 줄 알면서도 일해야 하는 사람들등 많은 사람들의 삶을 책으로 통해 가슴깊이 느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문둥이'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는 이책을 통해서 '미감아'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나병환자의 자녀를 가리키는 말인데 이 책에 등장하는 진우씨는 미감아 출신이다. 그는 부모를 안동에 두고 서울로 일을 떠나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xx원에 계시는 부모를 모시고 나와 풍산들판에 집을 지어 모셨다. xx원에서 벗어 난지 10년도 채 되지않아 진우씨의 아버지는 남의 눈이 두려워 병원 가기를 꺼려하다가 시기를 놓쳐가지고 직장암이 심해져서 돌아가셨다.

서정주 시인은 시를 통해 문둥이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해와 하늘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해가 떠있는 동안은 숨어 지내야 했던 사람들, 어쩌다 그 중 한 두명은 너무도 절박하여 실제로 아이를 잡아먹었을지도 모를일이다.

화자가 솔직히 말하길 수술 중에도 진우씨의 아버님을 진료하면서 그의 체액이 몸에 닿을까 노심초사 했다고 한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삶을 간접체험하고 서정주의 시를 감히 이해한다고 말을 하지만 당장 이번 방학에 소록도로 가서 봉사활동을 하라고 한다면 고민해볼 일이다. 진우씨는 세상을 향해 이렇게 소리친다. "그래. 나는문둥이 아들이다! 이 진짜 문둥이들아!"

그 어떤 긴 연설문보다도 우리의 편견과 질시에 대해서 강하게 허를 찌르는 말이다. 이 책에는 이보다 더 기막히고 드라마틱한 사연들이 많이 실려 있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환자와 의사간의 우정에 대한 소소한 해프닝에 대한 글을 보며 웃음 짓다가도 사람 사는 것이 너무나 참혹해 울게 하는 글이 여러 개다. 보이지 않는 곳에 많은 사람들의 아픔이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한 번 느끼면서 그들에게 이 시골의사가 그랬던 것처럼 외롭지 않도록 동행 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처음 이책을 읽었을 때는 비록 막연하게 동경하던 의사라는 꿈이 확고해지는 계기가 되었었지만 대학에 와서 두 번째로 이 책을 읽을 때, 앞으로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갖게 될 한 사람으로써 내가 이러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을 하고 우리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과 어떻게 동행해 가야할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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