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일 날에 기대하고 고대했던 DC코믹사의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고 왔습니다. 이 포스팅은 저의 순전히 주관적인 후기이니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실분들은 참고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간략하게 요약하고 후기를 시작하자면 내가 기대했던 DC코믹사의 영화는 마블사의 영화와 비슷하게 간지나는 배우들의 등장으로 악당들의 위트있는 난장판 정도로 생각하고 기대했었는데, 이게 웬걸 그냥 난장판이었습니다. 

마블을 벤치마킹을 하려 했던부분 어벤져스나, 액션, 히어로 무비를 하려고 했던거 같은데, 실제로 벤치마킹을 한것처럼 보였던건 로맨스, 밀리터리, 써커펀치정도 였던거 같습니다. 요약하면 엄청 못만든 망 프리퀄의 영화라고 할까? 

올해 초, DC에게 뒤통수를 한번 거하게 맞았었던 배트맨 대 슈퍼맨이라는 거대한 재료를 가지고 겉은 번지르르한데 속은 텅텅 비어있는 영화를 만들어낸 잭스나이더에게, 우린 이번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란 영화로 또 한번의 배신을 당한셈입ㄴ디ㅏ.

물론 배트맨 대 슈퍼맨이 막 조악하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팬들과 일반 관객들, 평론가들 모두 기대하던 것과 다른 잭스나이더의 요리를 보고 할말을 잃을뿐입니다. 적어도 설득력이 있고 스토리가 있고, 뭣보다 우리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한껏 살아나 뽐내며 서로의 가치관을 가졌으면 했는데, 잭스나이더에게 너무 큰걸 바라는 바였나 봅니다. 

그저 바란것은 슈퍼맨이 압도적인 파워와 무위를 뽐내며, 배트맨 특유의 다크함과 교활함, 과학기술과 고담시 그 자체를 무기 삼아 두 영웅이 서로 쾅쾅 부딪히는 거였습니다. 슈퍼맨은 그 자체로 신과 같은 힘을 지녔으니, 배트맨이 조금 더 영리하게 인간의 입장에서 어떻게 신을 상대하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그 밸런스 차이가 극명한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많은 코믹스나 애니메이션등에서 슈퍼맨vs배트맨은 언제나 믿고보는 흥행수표에 속했었습니다. 

근데 망쳐놨죠 그 감독이 지나치게 엿을 준 셈인듯 싶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신선한 것으로 말입니다. 그떄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그런 영화여선 안됐던 영화가, 그저 그렇게 나왔으니 말입니다. 심지어 도매 금으로 '앞으로 저스티스 리그가 나올건데, 그거나 봐'라고 강매당하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정말 끝내주게 나온 수어사이드 스쿼드 예고편을 돌려보면서까지 돌리고 또 돌려보면서 이건 어떻게 나오든 배트맨vs슈퍼맨보다 못만들수가 없어. 이렇게 예고편에서 특징을 잘 잡아놓고 또다시 물을 먹일리가 없어라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또 그저그런영화가 나왔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바라는거랑 딱딱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기대하던 방향이랑 다른것만 맞춰서 만들었는지 모를정도입니다. 

심지어 이번엔 배트맨 대 슈퍼맨때처럼 부담스럽게 갈 필요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거 굉장히 심플했는데 말이죠. '악당들이 나와서, 악당답게 때려부수고 터뜨린다.' 악당이나 우린 악당이니까 하는 말로 가질수있는 면죄부가 얼마나 많고, 거기서 파생될 수 있는 멋진 가능성이 얼마나 많은데, 배트맨이나 슈퍼맨처럼 도덕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고 쓰레기 같은 짓을 해도 '우린 악당이니까'로 퉁칠수 있는 장면도 많았을법한데 말이죠 애초에 결함이 있는 캐릭터들을 모아놓아놨으면서 그걸 인간적으로 묘사해서 그런듯 싶습니다. 우리가 기대한건 그 결함들이고, 그걸 뛰어넘는 캐릭터들의 매력과 케미를 보고 싶어서 극장을 찾은건데, 그들을 다시 정의의 편처럼 표현해버리면 생각만해도 어정쩡합니다. 

부담가질 필요도 없이 그냥 지르면 되는걸말입니다. 아주 소극적으로 어설픈 영웅들처럼 그려놨습니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굉장히 산만합니다. 초반에 한참을 정말 필요이상으로 한참을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써놓고, 또 다시 그들의 캐릭터를 정립하느라 오랜 시간을 보냅니다. 또 아만다 윌러가 그들을 모으는 당위성이 심각하게 부족한덷, 왜 굳이 저들을 모아야하는지도 설명이 잘 안돼있어 보는 관객마다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두번을 보는 내내 아만다 윌러가 굉장히 무능해보였고,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삐걱거리면서 시작한 이야기는 계속해서 허우적거립니다. 유머는 재미없고 각본은 유치합니다.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고캐릭터랑 어울리지 않는 장면도 너무나도 많습니다. 대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개연성이 눈꼽만큼밖에도 없습니다. 심지어 저들이 결함이 있는 인물들이란걸 감안해도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확실한 캐릭터 성이 필요한건데 요만큼도 공감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보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바른생활을 추구합니다. 입으로만 우린 악당이야 악당이라고 두시간을 떠드는데 제대로 악당처럼 보이는 장면은 한두장면 뿐입니다. 그래 까놓고 이영화는 캐릭터 무비입니다. 우리가 기대한건 캐릭터인데, 우리가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그렇게 기대한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다. DC코믹스를 보는 팬들도 다들 인정한거지만, DC는 영웅들보다 빌런들의 캐릭터가 깊고 인간적입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빌런의 팬들도 많고 그 캐릭터만 잘 살렸어도 이 영화는 반은 먹고 들어갔을것 입니다. 

우리가 수어사이드 스쿼드 예고편을 보고 열광했던 이유가 뭐일까요? 캐릭터에 딱 맞는 장면들이 교차되며 편집되어 저런 놈들이 함께 난장판을 벌인다고? 심지어 악당이 주인공? 독특하겠단 생각으로 기대하며 극장에 들어선건데 말입니다. 

그렇게 보였던 캐릭터들이 평범합니다. 코스튬만 입었다고 그 캐릭터가 되는게 아니잖아요?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줄만한 씬도 적을 뿐더러 이야기 자체에 그들이 부각될 만한 장면이 많이 없습니다. 우리는 영화를 보러 간거지 멋진 '샷'몇컷을 보러간게 아닌데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 보면서 알게된거지만 영화를 보면서 와 멋지다 라고 생각했던 장면은 이미 푸티지와 티비스팟, 예고편등으로 공개됐던 장면들입니다. 덧붙여 그 장면들이 영화 내에서 가장 튀는 장면들이고, 안들어갔어도 영화 진행에 문제없는 장면들임을 깨닫고 나니 더 미칠정도 였습니다. 영화에 잘 녹아드는게 아닌 한장면 한장면이 튀기만하는 '멋있어보이려고 넣은 씬'들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액션 장면들이 인상적이냐? 그것도 아닙니다. 떄깔도 움직임도 합, 독특함도 뭣도 부족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부족합니다'특징이 없습니다. 그들이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임무인것처럼 포장되어 광고했지만 실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컨트롤하기 힘든 팀인게 뻔한데, 왜 저렇게까지 해야하나하는 의문만 계속 떠오를뿐입니다. 

비교하기 싫은데 계속 머릿속에 떠도는데, 최근에 개봉한 시빌워를 봅시다. 액션시퀀스를 딱 떠올렸을때, 그 히어로의 이름만 대도 바로 특징적인 액션이 튀어나오지 않습니까? 인상적인 장면이 마구 머릿속에 그려지고, 캡틴하면 방패당고, 철남하면 공중전과 리펄서건, 위도우하면 프랑켄슈타이너를 필두로 마셜아츠가 딱딱 연상되지 않나요? 그런데 인챈트리스와 할리퀸 몇몇장면을 제외하면 인상적이지도 않고, 팀으로서 작용하는 장면도 몇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저들이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따로 놀때가 많습니다.

저럴거면 왜 팀을짰지 싶을정도입니다. 심하게 고분고분하고 악당같지도 않고, 목에 폭탄박혔다고 아주 순한 양이 되어버립니다. 말 몊마디 독설 툭툭 던지는걸로 '악당'이라고 주장한 셈입니다. 이어서 이걸 만든 감독은 크게 잘못 생각한것 같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이야기가 매력적이고 훌륭하면, 이야기를 위해 캐릭터를 희생할 수도 있습니다. 캐릭터성이 부족해도 이야기나 연출이 끝내주면 이렇게 분노하지 않을겁니다. 심지어 제가 놓친게 있나 이번엔 우웅웅웅 흔들리는 와중에도 맥락을 파악하고 숨겨진 저의를 찾아내 납득하기 위해 정말 너른 마음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닌건 아니었나봅니다. 그냥 계속해서 구축한 캐릭터가 무너졌다가, 설득력 없는 대사를 던졌다가, 로맨스를 했다가 슬퍼했다가 낭만주의자가 됐다가 악당처럼 보이는 연기를 하다가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튀고, 아슬아슬하게 메인스트림에서 떨어졌다가 기어오르다를 반복합니다. 그러다보니 집중이 떨어지는데, 부글부글 끓는 와중에 계속 기름을 붓습니다. 예를 들면 '네 잘못이 아니야'라거나 슬립낫이라거나 '푸딩 세상이나 구해야지'라거나 '기밀 지키려면 어쩔수 없었어'라거나 '모두에게 설명해'라거나 세상에나 각본검수 누가 했는지 궁금할정도로 심각했습니다.

너무 구구절절합니다. 90년대 팝송은 좋은데, 우리도 사실 이런 사연이 있어, 하고 사족이 너무 깁니다. 아니 우리에겐 사족인게 그들에겐 이야기의 중심인데, 우리가 보고싶은건 흐드러지는 팝송이랑 함께보는 악당들의 과거가 아닙니다.

누가 무슨 광기어린짓 혹은 어처구니 없는 짓 악당이니까 가능한 짓! 예상치 못한 짓 주인공같지 않은 짓을 하면서 탄피도 좀 비처럼 쏟아지고 쌈마이틱하게 칼질하고 깔깔거리면서 사람도 좀 죽고 '우린 악당인데 배째'하고 상큼하게 웃어주는였는데, 예쁜척 시작!(컷)수고하셨습니다. 하고 할리퀸이 진지하게 로맨스하고 윌스미스가 혼자 무쌍찍는걸 보고싶었던게 아닙니다. 앞으로의 포석이라고 보기엔 진짜 너무 매력없는 이야기에 맥이 풀릴정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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